[기고] 경제안보·기술주권의 첫걸음은 전략기술개발 / 전윤종 원장
- 분류인터뷰/칼럼
- 담당부서대외협력실
- 작성자주현진
- 작성일2024-11-08 09:00
- 연락처053-718-8332
경제안보·기술주권의 첫걸음은 전략기술개발
[2024 디지털이노베이션 대상] 기고
21세기 뉴 밀레니엄은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의 기반 위에서 인류가 공존과 번영의 길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했다. 이러한 흐름을 모아 토머스 프리드먼은 2005년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란 책을 냈다. 정보기술의 발달과 글로벌화의 진전에 힘입어 지구촌에서 평화와 혁신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프리드먼의 통찰은 실현되는 듯했다.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러시아에서 심해를 건너 독일로 직접 연결되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해 자유무역 흐름에 동참했다.
그러나 둥근 지구 위에서 역사의 수레바퀴는 갈등의 길로 방향을 틀은 듯하다. 전 세계 수출 1위(점유율 약 15%) 중국은 정부가 첨단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대중국 반도체 규제에 이어 최근에는 바이오 분야에서 중국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 입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자립 및 핵심자원의 수출 통제는 미국의 새 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미래 전략산업이 국제관계를 지배하는 상황이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산업정책이 도입되고 기술 주권이 강조되고 있다. 그야말로 기술패권 시대가 도래했다.
산업 강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도 경제질서 재편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그간 ‘산업기술보호법’, ‘방위산업기술보호법’ 등을 통해 국가핵심기술과 방위기술의 보호 및 유출방지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공급망 분절과 단절화를 경험하면서 공급망 위기를 예방하고 경제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자원안보 특별법’, ‘소재부품장비산업 특별법’ 및 ‘공급망안정화법’ 등 공급망 3법을 완비했다. 우리의 기술주권을 담보할 전략기술과 첨단 신기술 확보, 공급망의 다원화와 안정화를 도모할 제도적 준비를 마쳤다고 할 수 있다.
향후 기술패권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략기술의 개발이 시급하다.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첨단모빌리티, 차세대원자력, 첨단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 인공지능(AI), 차세대통신, 첨단제조로봇, 양자 등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선정하고 정부 연구개발 예산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R&D 투자규모는 총 112조 원(2022 년 기준)이며, 이 중 약 86조 원은 민간이 차지한다. 12대 국가전략기술 부분에서 정부는 민간의 투자를 유도하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 산·학·연 공동연구, 기업수요형 기술개발, 연구개발 세제 혜택, 규제 철폐 등 민간의 R&D 촉진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한편, 기술보호 측면에서는 ‘국가핵심기술’은 ‘30나노 이하급 D램의 설계·공정·소자기술 및 3차원 적층기술’과 같이 76개 세부 기술이 지정되어 있다. 산업기술 보호 필요성을 반영해 구체적인 상세 기술을 선정하며, 산업발달 상황에 따라 주기적으로 갱신한다. 수동적인 기술지키기, 유출 통제에만 그쳐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핵심 전략기술의 개발과 보호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며 상승효과를 낳아야 한다. 우리나라를 첨단산업과 핵심기술을 고루 갖춘 첨단전략기술 허브로 발전시켜야 한다.
기술패권 시대를 맞아 기술개발 지원기관도 새로운 사명을 맞게 된다. 첨단산업의 초격차 기술과 공급망 기술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전략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빈틈없는 기술보호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의 기술 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해외 주요국의 기술 동향을 신속하게 파악·분석하여 기술 주권과 경제 안보를 확고히 다져야 할 때이다.